삼성 3나노 파운드리 공정과 전략적 과제

삼성 3나노 파운드리 공정과 전략적 과제

1. Executive Summary

본 보고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3나노(nm) 공정 개발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심층 분석을 제공한다. 삼성의 3나노 공정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업계 선두인 TSMC를 추월하기 위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 GA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전략적 승부수였다. 이론적으로 GAA 기술은 기존 핀펫(FinFET) 구조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우월한 성능을 약속했지만, 이는 동시에 막대한 양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었다.

보고서의 핵심은 삼성의 3나노 전략이 직면한 근본적인 갈등, 즉 GAA 기술의 이론적 우수성과 실제 양산 과정에서의 재앙적인 실패 사이의 괴리를 분석하는 데 있다. 수년간 지속된 낮은 수율 문제는 삼성 파운드리의 발목을 잡는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난제를 넘어, 막대한 시장 점유율 손실, 구글(Google)을 포함한 핵심 대형 고객사들의 이탈, 그리고 시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여 삼성은 전략적 수정을 단행했다. 사실상 3나노 세대에서의 경쟁은 TSMC에 내어주고, 모든 역량을 2나노 공정의 성공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따라서 삼성의 차세대 2나노 공정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기술 경쟁력을 넘어, 파운드리 사업부 전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본 보고서는 이와 같은 기술적, 전략적, 시장적 맥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삼성 파운드리가 나아갈 길을 조망한다.

2. 기술적 승부수: 삼성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도약

이 장에서는 삼성이 업계의 통념을 깨고 3나노 노드에서 중대하고 위험한 기술적 결정을 내린 근본적인 배경을 분석한다.

2.1 핀펫을 넘어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의 필연성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지속되면서 기존의 핀펫(FinFET) 아키텍처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소자(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게이트가 전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해 발생하는 누설 전류(leakage) 문제가 심각해지며, 이는 성능 및 전력 효율 개선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1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의 도입이 불가피했다. GAA 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의 3면을 감싸는 핀펫과 달리, 채널의 4면 전체를 게이트가 감싸는 형태다.1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게이트의 채널 통제력을 극대화하여 누설 전류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더 낮은 구동 전압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GAA로의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반도체 산업 전체가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이었다. 핵심적인 전략적 질문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도입 시점’이었다.

2.2 MBCFET의 해부: 삼성의 독자적 GAA 구현 방식

삼성은 GAA 기술을 독자적인 MBCFET(Multi-Bridge Channel FET) 구조로 구현했다.1 이는 가느다란 나노와이어(nanowire) 형태 대신, 폭이 넓은 나노시트(nanosheet)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1 나노시트는 기존 핀펫 구조의 핀(Fin)을 옆으로 눕힌 것과 유사한 형태로, 동일한 면적에서 나노와이어보다 더 넓은 채널 폭을 확보할 수 있어 더 큰 구동 전류를 흘려보내는 데 유리하다.1 이는 곧 더 높은 성능으로 이어진다. 즉, 삼성은 더 복잡하지만 이론적으로 더 강력한 나노시트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1세대 GAA 공정의 성능, 전력, 면적(PPA: Performance, Power, Area) 이점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결정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자 했다.

2.3 PPA의 약속: 이론적 성능 우위 분석

삼성은 자사의 1세대 3나노 공정(3GAE/SF3E)이 기존 5나노 공정 대비 전력 소비는 45% 절감하고, 성능은 23% 향상시키며, 면적은 16% 축소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3 나아가 2세대 공정에서는 전력 소비 50% 절감, 성능 30% 향상을 목표로 제시했다.4 이는 경쟁사인 TSMC가 핀펫 기반의 3나노(N3) 공정을 통해 5나노 대비 25-30%의 전력 절감과 10-15%의 성능 향상을 약속한 것과 비교할 때, 이론적으로 훨씬 공격적인 수치였다.4 이처럼 압도적인 ’스펙’은 삼성이 잠재 고객들에게 제시한 핵심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었다. 이는 혁신 기술과 점진적 개선 기술 간의 전형적인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2.4 두 가지 전략 이야기: 삼성의 파괴적 혁신 대 TSMC의 점진적 개선

삼성이 GAA로의 기술적 도약을 감행한 반면, TSMC는 자사의 전체 3나노 공정 제품군(N3, N3E, N3P 등)에 대해 이미 성숙하고 수율이 높은 핀펫 아키텍처를 연장하여 사용하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1 TSMC는 2나노 노드에 이르러서야 GAA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8

이러한 전략적 분기점은 심대한 의미를 내포한다. 삼성은 기술 리더십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양산 리스크를 감수하고 잠재적으로 거대한 보상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TSMC는 고객을 위한 예측 가능성, 안정성, 그리고 시장 출시 적시성(time-to-market)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TSMC는 핀펫 기술에 대한 완벽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리스크는 낮추면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대규모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3나노 경쟁은 어떤 기술이 이론적으로 더 우수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 더 뛰어난 ’리스크 조정 상용화 전략’을 선택했는가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TSMC의 보수적인 접근이 비즈니스 전략 측면에서 승리했음이 명백해졌다.

항목삼성 (SF3E/SF3)TSMC (N3B/N3E)
트랜지스터 구조GAA (MBCFET)FinFET
성능 향상 (vs 5nm)23% (1세대)10-15%
전력 감소 (vs 5nm)45% (1세대)25-30%
면적 감소 (vs 5nm)16% (1세대)N/A (로직 밀도 1.7배 증가)
트랜지스터 밀도 (MTr/mm^2)~150~197
SRAM 셀 크기 (μm^2)미공개0.0199
주요 공개 고객사PanSemi (ASIC), 삼성 LSI (Exynos)Apple, Nvidia, AMD, Qualcomm, MediaTek, Intel

주: 상기 표의 수치는 각 사의 발표 및 업계 분석 자료에 기반하며, 비교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3

3. 양산의 시련: 수율과 고객 신뢰의 현실 점검

이 장에서는 이론적인 약속에서 벗어나, 삼성 3나노 공정이 마주한 냉혹한 양산의 현실과 그로 인한 파장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3.1 ’세계 최초’의 역설: 성급한 출시의 위험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 3나노 GAA 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3 그러나 이 초기 공정(3GAE/SF3E)은 SRAM 설계가 구현되어 있지 않아 복잡한 시스템 온 칩(SoC) 생산에는 부적합했고, 암호화폐 채굴용 주문형 반도체(ASIC)와 같은 극히 제한적인 분야에만 적용될 수 있었다.9 실질적인 SoC 양산은 2024년에 이르러 2세대 공정(3GAP/SF3)을 통해 비로소 시작되었다.9 이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기술적 성숙도나 상업적 준비 상태보다는, 마케팅 목표에 따라 발표 시점을 우선시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광범위한 상업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리더십 이미지는 실제 채택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시장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3.2 고투의 정량화: 3나노 수율 분석

문제의 핵심은 수율이었다. 최초 발표 후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도 삼성의 1세대 3나노 공정 수율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0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대형 고객 확보에 결정적인 2세대 공정의 수율이 20% 전후라는 충격적인 평가까지 나온다는 점이다.10 반면, TSMC의 3나노 핀펫 공정은 초기부터 80%에 달하는 수율을 기록했으며, 이후 90% 이상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10 통상적으로 상업적 양산이 가능한 수율은 최소 60-70% 수준으로 간주된다.8

수율은 팹리스 고객사에게 단순한 기술 지표가 아니라 비용 및 공급 안정성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다. 수율이 50%라는 것은, 거의 완벽한 수율을 가진 경쟁사로부터 양품 칩 하나를 얻을 웨이퍼 비용으로 두 장의 웨이퍼를 구매해야 함을 의미한다.12 이는 대부분의 고성능, 대량 생산 애플리케이션에서 삼성 공정을 경제적으로 비현실적인 선택지로 만들었다.

3.3 도미노 효과: 낮은 수율이 초래한 핵심 고객 이탈

수율 위기의 직접적인 결과는 핵심 고객사들의 대규모 이탈로 나타났다. 당초 삼성의 3나노 공정을 사용하기로 했던 구글은 픽셀 10 스마트폰에 탑재될 ‘텐서 G5’ 칩 생산 전량을 TSMC로 이전했다.10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로 평가된다.10 퀄컴(Qualcomm), 엔비디아(Nvidia), AMD 등 과거 삼성과 협력했던 다른 주요 기업들 역시 자사의 주력 3나노 세대 제품 생산을 모두 TSMC에 맡겼다.10 이제 삼성과의 협력 관계는 대부분 구형 공정에 한정되고 있다.15

3.4 신뢰의 적자: 시장 신뢰도에 가해진 장기적 손상

3나노의 부진은 과거 4나노와 5나노 공정에서 불거졌던 수율 문제를 뒤따르며 발생했다.12 이러한 패턴은 시장에 ’신뢰의 적자(Trust Deficit)’를 축적시켰다.10 업계 관계자들은 고객사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TSMC의 검증된 안정성을 선호하며, 삼성의 최첨단 공정을 테스트하는 것조차 주저하고 있다고 전한다.11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길고 고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10

이러한 상황은 ’낮은 수율과 고객 부재의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공정의 수율은 수백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하고 분석하는 ‘수율 학습(yield learning)’ 과정을 통해 개선된다. 애플과 같은 대규모 고객은 신속한 데이터 수집과 공정 최적화에 필요한 막대한 물량을 제공하는 ‘앵커 고객’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삼성의 낮은 초기 3나노 수율은 이러한 앵커 고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게 만들었다.14 대규모 고객과 엔지니어링 파트너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삼성의 수율 학습 과정은 소규모 고객이나 엑시노스 같은 내부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학습 속도를 현저히 더디게 만들었다.17 더딘 수율 개선은 다시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여, 문제 해결에 필요한 바로 그 고객들을 유치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자기 파괴적인 순환 고리를 형성했다. 이것이 수년이 지난 후에도 수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4. 벌어지는 격차: TSMC와의 경쟁력 비교 분석

이 장에서는 3나노 노드에서 나타난 양사의 상이한 결과가 삼성과 TSMC 사이의 경쟁 격차를 얼마나 벌려 놓았는지 데이터를 통해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4.1 양분된 시장: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및 매출 분석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2025년 2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2%라는 기록적인 수치로 급증했으며, 매출은 302억 4천만 달러에 달했다.19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삼성 파운드리는 7.3%의 점유율과 31억 6천만 달러의 매출로 2위에 머물렀다.19 이는 무려 62.9% 포인트에 달하는 압도적인 격차이며, 이 격차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22 이 데이터는 3나노 실패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가장 냉정하고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TSMC가 최첨단 공정(7나노 이하)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동안,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며 이전 분기들에서 상당한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23

순위파운드리매출 (2025년 2분기, 억 달러)시장 점유율 (%)전분기 대비 성장률 (%)
1TSMC302.470.218.5
2삼성 파운드리31.67.39.2
3SMIC22.15.1-1.7
4UMC19.04.48.2
5GlobalFoundries16.93.96.5

자료: TrendForce (2025년 9월) 20

4.2 고객 포트폴리오: 두 기업의 현주소

TSMC의 3나노 고객 명단은 애플을 필두로 엔비디아, AMD, 퀄컴, 미디어텍, 인텔 등 기술 산업의 거물들로 채워져 있다.11 반면, 삼성의 3나노 고객 기반은 일부 소규모 ASIC 제조사와 자사의 엑시노스 칩에 국한되어 있다.9 삼성이 최근 테슬라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애플로부터 이미지 센서 주문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는 주력인 최첨단 로직 공정이 아닌 구형 또는 특수 공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9 고객 포트폴리오의 극명한 차이는 3나노 세대의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사실상 TSMC가 독점했음을 보여준다.

4.3 실리콘 성능 평가: 실제 PPA 비교

동일한 설계의 칩으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의 SF3 공정으로 제작된 엑시노스 2500과 같은 제품의 초기 벤치마크는 TSMC의 N3E 공정으로 생산된 칩에 비해 성능 및 전력 효율(PPA)이 여전히 뒤처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25 이는 GAA 구조가 가진 본질적인 장점만으로는 TSMC가 핀펫 공정에서 보여준 완벽한 실행 능력을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26 만약 삼성이 수율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실제 제품에서 TSMC의 성숙한 3나노 핀펫 공정 대비 압도적인 성능 우위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삼성의 핵심 가치 제안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4.4 재무적 영향: 3나노 매출 기여도 비교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3나노 공정은 이미 TSMC 전체 매출의 6%를 차지했으며, 이 비중은 이후 크게 증가했다.22 반면, 삼성은 공정 노드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3나노 공정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거의 없거나 무시할 만한 수준임을 강력하게 암시한다.22 파운드리 사업부 전체는 삼성전자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최근 적자 폭이 줄어들기 전까지 분기당 수조 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23 이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의미한다. TSMC가 3나노 투자를 성공적으로 수익화하는 동안, 삼성이 3나노 GAA에 쏟아부은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는 지금까지 거의 아무런 재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최첨단 공정에서 사실상의 독점 체제가 굳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의 3나노 실패는 시장에서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거함으로써 TSMC에 막강한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고, 전체 전자 산업에 심각한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야기했다. 건전한 시장은 가격 경쟁과 공급망 탄력성 확보를 위해 최소 두 개의 공급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삼성의 실패로 인해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산업 전체가 3나노 세대에서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10 이러한 집중은 TSMC가 고객에게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웨이퍼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영향력을 부여한다.18 더 넓게는, 대만에서의 지정학적 사건과 같은 단일 장애점이 전 세계 거의 모든 첨단 전자기기의 생산을 마비시킬 수 있는, 덜 경쟁적이고 더 취약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었다. 즉, 삼성의 실패는 단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5. 역풍 속 항해: 전략적 전환과 새로운 기회

이 장에서는 삼성이 3나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적이지만 험난한 길을 분석한다.

5.1 명예 회복의 길: 전쟁터를 2나노로 옮기다

3나노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삼성은 공개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무게 중심을 2나노 노드(SF2)로 이동시켰다. 회사는 기존 3나노 개선 공정(SF3P)을 1세대 2나노 공정(SF2)으로 재명명하며 로드맵을 수정했다.9 더 나아가, 1.4나노 공정 양산 목표를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연기하며 2나노 및 기타 성숙 공정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모든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9 이는 3나노 경쟁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3나노 GAA 공정에서 얻은 고통스러운 교훈을 바탕으로 2나노 GAA 공정을 처음부터 성숙하고 수율 높은 경쟁력 있는 공정으로 만들겠다는 명백한 전략이다. 2나노의 성공은 이제 파운드리 사업의 존립을 건 과제가 되었다.

공정 노드기존 명칭/세대핵심 기술목표 시점변경 후 상태/명칭전략적 의미
SF3E3nm 1세대 (3GAE)GAA (MBCFET)2022년변경 없음‘세계 최초’ 타이틀 확보, ASIC 등 제한적 양산
SF33nm 2세대 (3GAP)GAA (MBCFET)2024년변경 없음최초의 본격적인 SoC 양산 공정 (Exynos)
SF23nm 개선판 (SF3P)GAA (MBCFET)2025년2nm 1세대 (SF2)’3나노’의 부정적 인식을 벗고 2나노 경쟁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리브랜딩
SF2P2nm 1세대GAA (MBCFET)2026년2nm 2세대 (SF2P)성능/전력/면적 개선 버전
SF2XHPC용 2nmGAA (MBCFET)2026년변경 없음고성능 컴퓨팅(HPC) 특화 공정
1.4nm1.4nm 1세대차세대 GAA2027년2029년으로 연기2나노 공정 안정화에 자원 집중

자료: 삼성전자 발표 및 업계 분석 종합 9

5.2 한 줄기 희망: AMD의 기회와 GAA의 가능성

중요한 진전으로, AMD의 리사 수(Lisa Su) CEO는 자사의 4나노 이후 로드맵에 3나노 GAA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8 현재 3나노 GAA 공정을 제공하는 유일한 파운드리가 삼성이라는 점에서, 이는 삼성이 최소 60% 이상의 안정적인 수율을 증명할 경우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8 AMD가 GAA 기술 자체의 가치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삼성에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이 기회는 삼성이 근본적인 양산 문제를 해결해야만 잡을 수 있는 조건부 기회이며, 동시에 명확한 목표와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5.3 가격-성능 방정식: TSMC의 가격 인상이 기회가 될까?

TSMC의 3나노 생산 능력이 2년간 완전히 예약되고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가격에 민감하거나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는 일부 고객들이 삼성을 다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18 삼성이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 고객을 되찾으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30 그러나 이 전략은 수율이 개선되어 양품 칩 당 단가(cost-per-good-die)가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해야만 유효하며, 삼성은 아직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5.4 노드를 넘어서: 삼성의 IDM 강점 활용

순수 파운드리인 TSMC와 달리, 삼성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DRAM, HBM) 및 패키징 사업부를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삼성은 칩 설계, 제조, HBM 메모리, 첨단 패키징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턴키(turnkey)’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31 칩렛(chiplet)과 이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의 시대에 로직, 메모리, 패키징을 한 지붕 아래에서 공동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한 성능 및 효율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삼성만의 독보적인 장기적 전략 카드다. 특히 AI 가속기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이 전략의 매력 역시 그 중심에 경쟁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로직 파운드리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유효하다.

한편, 삼성이 3세대 3나노 공정(SF3P)을 1세대 2나노 공정(SF2)으로 재명명한 결정은 단순한 이름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3나노’ 브랜드와 연관된 실패의 기억으로부터 차세대 GAA 기술을 분리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마케팅 및 심리적 리셋이다. ’3나노’라는 브랜드는 이제 수년간의 지연, 낮은 수율, 고객 이탈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다.10 이러한 오명을 가진 브랜드 산하에서 신규 공정을 계속 마케팅하는 것은 상당한 부정적 수사와 고객의 회의론을 안고 가는 것이다. ’2나노’로 이름을 바꿈으로써 삼성은 깨끗한 단절을 만들고, SF2를 새로운 시작이자 진정한 GAA 경쟁 시대의 개막으로 포장할 수 있게 된다.9 이는 또한 경쟁사들(TSMC, 인텔)이 차세대 GAA 노드를 2나노로 브랜딩하는 흐름과 보조를 맞추는 효과도 있다. 이는 서사를 재설정하고, 시장의 인식을 관리하며, 고객들에게 과거의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이제 ‘새로운’ 2나노 노드에 베팅하라고 설득하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다.

6. 나아갈 길: 전략적 전망과 제언

이 마지막 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하여 삼성 파운드리의 미래 전망과 반드시 실행해야 할 핵심 과제들을 제시한다.

6.1 최우선 과제: 대량 양산을 위한 안정적 수율 확보

결론적으로, 가격 정책, 패키징 기술, 마케팅 등 그 어떤 전략적 노력도 삼성이 근본적인 제조 수율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성공할 수 없다. 목표는 2나노 공정(SF2) 출시 시점에 70%를 상회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10 이것이 파운드리 사업부의 미래를 결정할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핵심 성과 지표(KPI)다.

6.2 무너진 다리 재건: 고객 신뢰 회복 전략

삼성은 ’극단적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 회복 캠페인에 착수해야 한다. 이는 더 상세한 공정 설계 키트(PDK)를 제공하고, 더 강력한 엔지니어링 지원을 하며, 잠재적으로 핵심 파트너와 공동 투자하여 2나노 전환의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을 포함할 수 있다. 수십 개의 마케팅 발표보다, 단 하나의 유력 고객사 2나노 칩 설계를 수주하여 완벽하게 양산해내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사의 엑시노스 2600을 SF2 노드에서 성공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중요한 내부적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9

6.3 2나노 리트머스 시험: 차세대 노드가 삼성 파운드리의 10년을 결정하는 이유

2나노 노드는 삼성, TSMC, 인텔이 모두 처음으로 GAA 기반 기술로 경쟁하는 기술적 수렴점이다. 이는 아키텍처 측면에서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준다. 만약 2년간의 양산 경험이라는 선행 우위를 가진 삼성의 2나노 GAA가 TSMC의 1세대 GAA와 효과적으로 경쟁하지 못한다면, 이는 삼성의 제조 문화와 역량에 더 깊고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최첨단 공정에서의 위상을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6.4 최종 평가: 장기적 생존 가능성과 ’파운드리 2030’의 전망

3나노 세대는 삼성에 전략적, 재무적으로 명백한 실패였지만, 이것이 반드시 치명타는 아닐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가진 막대한 자본과 연구개발 역량은 파운드리 사업부에 회복할 기회를 제공한다. 3나노 GAA의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역설적으로 2나노 경쟁에 진입하면서 경험적 우위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2030년 파운드리 1위’라는 비전은 현재로서는 요원하며, 당면 목표는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2위’로서의 입지를 재확립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야망의 운명은 거의 전적으로 2025년 SF2 공정의 성공적인 실행에 달려 있다.

7. 참고 자료

  1. TSMC 3나노(3nm) 반도체 FinFET 개발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3나노 …, https://coolsemi.tistory.com/entry/TSMC-3%EB%82%98%EB%85%B8-FinFET-%EC%82%BC%EC%84%B1%EC%A0%84%EC%9E%90-3%EB%82%98%EB%85%B8-GAA-MBCFET
  2. 삼성전자 Foundry 사업부의 DTCO를 통한 GAA MBCFET™ PPA 최적화 | 삼성반도체, https://semiconductor.samsung.com/kr/news-events/tech-blog/gaa-dtco-for-ppa/
  3. 삼성전자,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 | 삼성반도체, https://semiconductor.samsung.com/kr/news-events/news/samsung-begins-chip-production-using-3nm-process-technology-with-gaa-architecture/
  4. [파운드리] 삼성전자 vs TSMC, 3나노 기술력 고객사 확보 경쟁 - 시사프라임, http://www.sisa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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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rocess Technology - Logic Node | Foundry | Samsung Semiconductor Global, https://semiconductor.samsung.com/foundry/process-technology/logic-node/
  7. 삼성 vs TSMC, 새해 ‘2세대 3나노 공정’ 진검승부…수율이 관건 - 지디넷코리아, https://zdnet.co.kr/view/?no=20240102163617
  8. AMD “차세대 제품, 3나노 GAA 활용”…삼성전자 기회 잡나 - 전자신문, https://m.etnews.com/20240528000302?obj=Tzo4OiJzdGRDbGFzcyI6Mjp7czo3OiJyZWZlcmVyIjtOO3M6NzoiZm9yd2FyZCI7czoxMzoid2ViIHRvIG1vYmlsZSI7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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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흔들리는 ‘삼성공화국’ 3년 째 ‘수율의 늪’…삼성, ‘세계 최초’ 3나노의 …, http://www.theonetv.kr/news/articleView.html?idxno=241862
  11. 3나노는 TSMC에 고배, 5나노는 中 추격… 흔들리는 삼성 파운드리 -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5/05/29/22KGELLIRZE2ZDICK7NPN6FGXY/
  12. 수율⋅고객사 모두 앞서는 TSMC 3나노, 삼성은? - 바이라인네트워크, https://byline.network/2022/09/31-124/
  13. AMD “차세대 제품, 3나노 GAA 활용”…삼성전자 기회 잡나, https://m.etnews.com/20240528000302?obj=Tzo4OiJzdGRDbGFzcyI6Mjp7czo3OiJyZWZlcmVyIjtOO3M6NzoiZm9yd2FyZCI7czoxMzoid2ViIHRvIG1vYmlsZSI7fQ%3D%3D
  14. 삼성전자 파운드리, 낮은 수율에 고전 ‘3나노 고객 확보 비상’ | 디 이코노미, https://kr.economy.ac/news/2024/06/2024066317
  15. 삼성전자, 2·3나노 공정 ‘난국’…소규모 수주마저 뺏겨 - 딜사이트, https://dealsite.co.kr/articles/142463
  16. 세계 첫 ‘3나노’ 삼성, 파운드리 시장 뒤집나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3278
  17. [위기의 삼성 파운드리] 3나노 GAA, 무리한 선단공정 도입 도마 위 - 딜사이트, https://dealsite.co.kr/articles/128257
  18. [반차장보고서] 삼성전자, TSMC 3나노 인상 틈새 공략…반도체 첨단 …, https://www.ddaily.co.kr/page/view/2024063002150473614
  19. Global foundry revenue surged to $41.7 billion in Q2 2025, with TSMC capturing a record 70 percent market share - Design And Reuse, https://www.design-reuse.com/news/202529294-global-foundry-revenue-surged-to-41-7-billion-in-q2-2025-with-tsmc-capturing-a-record-70-percent-market-share/
  20. 2Q25 Foundry Revenue Surges 14.6% to Record High, TSMC’s …, https://www.trendforce.com/presscenter/news/20250901-12691.html
  21. TSMC’s global market share hits new high of 70.2% in Q2 - Focus Taiwan, https://focustaiwan.tw/business/202509060012
  22. ‘TSMC는 실적공개했는데’…세계 첫 3나노 양산에도 침묵하는 삼성 - 아시아경제, https://cm.asiae.co.kr/article/2023103010373523350
  23. 삼성전자, 역대 최대 매출에 영업익 12조원…반도체서 10배 뛰어 | 중앙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3527
  24. 삼성 반도체, HBM 이어 파운드리도 ‘비상’…“3나노 기술대결 에서도 TSMC에 밀렸다”, http://m.ceoscoredaily.com/page/view/2025052216324414909
  25. 파운드리간 기술력 비교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D%8C%8C%EC%9A%B4%EB%93%9C%EB%A6%AC%EA%B0%84%20%EA%B8%B0%EC%88%A0%EB%A0%A5%20%EB%B9%84%EA%B5%90
  26. Samsung’s Second-Gen 3 nm GAA Process Shows 20% Yields, Missing Production Goals, https://www.reddit.com/r/hardware/comments/1gotif3/samsungs_secondgen_3_nm_gaa_process_shows_20/
  27. 삼성 파운드리, 2나노 3세대 공정 2년내 구현…“고객이 다시 찾게 하자” - Daum, https://v.daum.net/v/20250702090824143
  28. 삼성 파운드리 ‘선택과 집중’…공정 로드맵 달라졌다 - 뉴시스, https://mobile.newsis.com/view/NISX20250702_0003236166
  29. 삼성전자 파운드리, 로드맵 수정…2나노 양산 집중한다 - 민주신문, http://www.iminju.net/news/articleView.html?idxno=132834
  30. Samsung and TSMC Reportedly Struggling with 3 nm Yields : r/hardware - Reddit, https://www.reddit.com/r/hardware/comments/170uptx/samsung_and_tsmc_reportedly_struggling_with_3_nm/
  31. ‘파운드리 경쟁력으로 HBM 선점까지’···삼성, IDM 시너지 낸다 | 아주경제, https://www.ajunews.com/view/20251023162709796